100명의 독자가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100가지 감상이 나올 것이다. 그 어떤 독후감도 같은 내용일 수 없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과 닮아갔던 지극히 개인적 경험을 불러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조용히 다가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 사람. 평생 이어지는 운명 또는 스쳐 지나간 짧은 인연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말이다.
수족관에서 은빛 물고기를 보았을 때, 노란 고양이를 품에 안을 때, 풀밭에 누워 깊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 어느 날, 파란 머리 색을 가진 다정한 소년과 함께 숲 속을 거닐던 순간에, 소녀의 색이 변한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게 될 때마다 우리 안으로 스며드는 새로운 공기와 빛깔의 작용이다. 소녀의 마음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색과 담백한 문장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차분히 긍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