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895년에 함경도 회령에서 태어나서, 1899년에 북간도로 이주하여 자란 한 여자아이의 성장기입니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던 다섯 살 때부터 북간도에 정착하여 혼인하고 학교에 다니게 된 열일곱 살 때까지의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아홉 남매의 대가족, 대여섯 살만 되면 나무하고 물 긷고 방아를 찧는 아이들, 직접 실을 잣고 옷을 짓는 길쌈, 서당과 근대 초기 학교, 조혼 풍습, 단오 풍속 등 백 년 전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북포로 유명한 함경도 출신답게 여인들이 삼베길쌈하는 모습이나 삼 줄기로 만든 겨릅등, 길게 땋은 머리를 이마 위에서 서려 얹은 함경도 여인 특유의 머리 모양과 머릿수건도 흥미롭습니다. 추위를 막으려는 함경도 가옥 특유의 겹집 구조와 부뚜막과 붙은 정주간, 집 안에 있는 외양간도 눈길을 끕니다. 국권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던 시대답게 “을지문덕, 이순신 같은 아들”을 낳으라.는 덕담도 인상적으로 다가 옵니다.
또한 이 책에는 당시 북간도가 보다 나은 삶을 개척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꿈을 안고 간 신천지였다는 것, 교육을 국권 회복의 길로 여겼다는 점, 신식 학교의 설립과 함께 마을이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번듯한 이름조차 허락되지 않고 문자 교육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는 대신, 구전되는 이야기와 손으로 익히는 노동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공동체의 문화를 배우는 모습, 그리고 그런 여성들이 근대적인 학교 교육의 세례를 받고 이름을 갖게 되는 근대 초기 여성 교육 도입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백 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사이에 두고 우리의 생활 모습과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일상생활과 교육 환경, 사회상의 변화와 여성관의 변화 등을 꼼꼼히 톺아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