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탱고>를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또 헝가리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 망설임없이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쉼표의 향연으로 줄줄이 달려 나가는 첫 문장을 접하는 순간부터 진입의 난공불락. 호흡을 가다듬고 물결 위를 미끄러지는 심정으로 어찌어찌 헤쳐 나갔습니다.
1970년대의 헝가리 상황을 은유하는 거라고 나름대로 이해했습니다.
상류층 의식에 젖어 있는 플라우프 부인, 그의 아들인 벌루시커. 그는 외면상으로는 백치스럽다할 정도로 현실적이지 못하고 몽상적 이상에 휩싸여 있습니다. 에스테르 죄르지라는 음악가이고, 지성을 갖췄기에 현실에 절망하여 등진 이를 벌루시커는 우러르고 보필합니다.
에스테르 부인은 남편과 별거하는 형태로 지내며 자신의 야심을 경찰서장인 피테르와의 정분을 통해 획책합니다. 이후 마을에 거대한 고래를 실은 서커스단이 들어오면서, 이미 전조가 보이던 이상한 광기가 마을을 휩쓸고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