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작가인 임레 케르테스의 작품이다.
작가의 <운명>이라는 작품에서 이어지는 4부작 중 중간 작품이라 한다.
먼저 이 작가를 만난 것은 <운명>이라는 소설이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 중에서 이 소설은 단연 독보적이다. 14살에 등교하는 차 안에서 영문도 모른 채, 심각성도 없이 끌려간 아우슈비츠수용소, 그리고 부헨발트수용소에서의 수용생활. 그 비참함은 익히 접한 것이었으나, 그것을 전달하는 '나'의 시선이 색다르다. 14살이라는 어린 시선으로 비춰진 참상. 전모를 모른 채로 겪는 고통에 어리둥절해 하며, 그래서 천진한 착각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을 어찌 대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이웃에게 자기에게 왜 행복했던 일은 묻지 않느냐는 말이 처음에는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곧 그 역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라는 것.
<좌절>은 이 작가가 <운명>을 쓰기에 이른 과정을 쓴 소설이라고 본다. 어린 나이에 겪은 수용소 생활은 임레 케르테스를 평생 따라 다니며 괴롭혔고, 그래서 이것을 글로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수용소 이후의 작가 인생행로가 그려지지만,
독특한 구성과, 시간 개념을 틀어놓는 방식, 인물의 상징화 수법들이 난해한 듯 신선했다.
마지막 베르너라는 인물과 주고받는 글이 이 긴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폭력의 구조에 디디는 첫발이 무섭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