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사건으로 오랜 시간 침묵했던 신경숙 작가 다시 들고 나온 소설은 아버지이야기였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먼지 한 톨로 사라질 익명의 아버지, 모진 현대사의 굴곡과 소용돌이에 버텨내야 했던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생각이 녹아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기습'에 대한 구절이었다. "살아가는 시간 속에 기습이 있지.기습 만으로만 이루어진 인생도 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나 하늘에다 대고 땅에다 대고 가슴을 뜯어 보이며 막말로 외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내 뱉을 수 없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이 아닌가." 아마도 지난 6년 동안 침묵해야 했던 시간의 괴로움과 성찰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작가가 붓을 꺾지 않고 계속 글을 쓰고 독자와 만나는 용기를 보여준 것에 애틋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가 그리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