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접하게 된 정지아의 글발에 반해 여러 작품을 기웃거리게 되었고, 그 끝에 <자본주의의 적>을 신청하게 됐다.
정지아 작품의 저변에, 혹은 작품 전면에 등장하는 빨치산의딸로서의 자기 정체성, 사회주의자인 어머니, 아버지의 인생과 청춘, 모순들이 이 작품집에도 면면히 흐르기는 한다. 검은 방, 우리는 어디까지일까와 같은 작품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다른 작품집들과 다른 훨씬 현대적인 사람들의 현대적인 소재가 들어간 애틀란타 힙스터, 엄마를 찾는 처연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 존재의 증명은, 꿈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남루한 현실과, 인간의 본질이 결국 취향 그이하도 이상도 아니라는 차가운 결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전 정지아 작품과 차별점을 둔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적, 문학박사 정지아, 계급의 완성은 두 세계의 어디쯤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정지아의 작품이 처음의 자기 정체성에서 가로세로로 위아래로 더 넓고 깊어지는 것 같아 반갑다.